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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책 리뷰] 방구석 미술관 - 조원재

 

 

이 책을 읽은 이유

미술은 항상 나한테 어렵고 두려운 분야였다! 관련 지식이 별로 없다 보니까 미술 관련 전시회를 가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도슨트가 있으면 그나마 괜찮지만 그래도 한 번도 재밌다고 생각이 든 적은 없던 것 같다.

작가나 작품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까 시각적인 부분으로만 감상할 수밖에 없는데, 사실 난 봐도 잘 모르겠더라..^^

이런 미술에 대한 벽을 언젠가는 깨고 싶었고, 일단 쉬운 책으로 다가가고 싶어 사람들이 미술 입문서로 많이 추천하는 이 책을 고르게 됐다.

 

책에 대한 나의 감상

책을 읽으면서 나는 미술 관련 지식만 부족한 게 아니라 예술에 대한 감수성도 별로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ㅎ

이 책에 나와있는 많은 예술가들은 자신의 고통을 그림으로 승화시키고, 사람들은 그런 사연이 담긴 그림과 그 스토리에 열광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림에서 사람들이 어떤 매력을 느끼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림을 통해서 창작자의 감정을 공감하는 과정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고통이 예술로 승화되는 것을 보며 위로를 받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단순히 유흥거리(?)로 소비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아니면 사람마다 감상하는 방법이 다양하고 정답은 없는 문제인걸까..?

 

어쨌든 이렇게 자신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사람들 중에는 프리다 칼로가 있었다.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은 워낙 유명하다 보니 내가 그림을 보고 작가를 맞출 수 있는 몇 안 되는(유일한?..) 그림이다.

그림에서 사용되는 색이나 그의 굵은 눈썹이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이렇게 자신의 모습을 멋있게 나타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름 행복하게 살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프리다 칼로는 정말 범상치 않은 삶을 살았다.

멕시코의 500페소 지폐에는 프리다와 그의 남편이었던 디에고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는데 이 사실만 알아도 얼마나 막장인 삶을 살았고 사람들이 그들에게 주목했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디에고 리베라는 프리다와 결혼하기 전부터 바람둥이로 유명했으며 두 번이나 이혼한 전적이 있다고 한다.

정말 얼마나 대단한 사랑이면 22살의 나이 차와 그런 그의 성격을 두고 결혼을 결심할 수 있을까? 하면서

그런 사랑이 궁금하다가도 그냥 내가 그때 거기 있었다면 프리다를 뜯어말릴 거라는 생각만 하게 된다..ㅎ

 

프리다의 결혼 생활은 예고했듯 굉장히 험난했다.

아이를 유산해서 큰 슬픔에 빠지기도 하고, 디에고는 프리다의 친동생과 불륜을 저지르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프리다는 <떠 있는 침대>, <단지 몇 번 찔렀을 뿐> 등과 같은 그림을 그리며 스스로 고통을 치유한다.

그리고 프리다의 그림들은 뉴욕 개인전에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사실 읽으면서 작가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몇 있었는데, 프리다 칼로에 관해서도 그런 점을 느꼈다.

그 내용의 부제인 '프리다와 디에고, 그래도 만났어야 했다'부터 맘에 들지 않는다.

저자는 프리다가 전시에서 성공을 거둔 것도 디에고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사람들이 디에고의 부인이기 때문에 더 관심을 보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막장드라마 같은 삶을 살았기에 프리다 칼로의 명작들이 탄생할 수 있었으니 디에고를 가해자로만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프리다 칼로의 작품들이 디에고 덕분에 더 주목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그건 너무 결과와 성공에만 매몰된 생각이 아닐까?

물론 사람마다 우선순위가 달라서 그녀가 겪은 고통보다는 그녀의 성공을 중요시 생각할 수는 있다. 

하지만 나는 명작을 위해 희생된 한 사람의 삶과 고통을 마냥 예술의 일환으로 보기 어렵고 사실 께름칙하다.

읽으면 읽을수록 프리다 칼로가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다.

 

프리다 칼로 외에도 뭉크, 고흐 등 자신의 고통을 그림으로 녹여낸 화가들이 여러 명 소개된다.

나는 그런 화가의 그림들보다 미술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는 사람들, 자신의 이야기를 담기보다 미술을 철학적,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더 매력을 느꼈다.

구스타프 클림트는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나서 자신의 예술을 돌아본다. 그리고 주관과 개성 없이 권력과 권위에 의해 그려져 왔던, 아카데미 동료들의 그림과 닮아있는 자신의 그림을 발견하게 된다.

그때 마침 옆 동네 프랑스 파리에서는 '자기 마음대로 그리는' 인상주의가 탄생하고 '새로운 예술을 하자'는 아르누보 운동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클림트도 빈 미술 권력의 중심인 빈 미술가협회에서 분리된 새로운 미술 그룹을 만든다.

그리고 이렇게 기존의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는 클림트는 당연히 사람들에게 많은 반감을 산다.

하지만 클림트는 이에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작품에 이런 글을 새기기도 한다.

"너의 행동과 예술 작품으로 모든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없다면 소수의 사람을 만족시켜라.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다."

이렇게 클림트처럼 뚜렷한 자기 주관을 갖고 있고, 그걸 밀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을 볼 때 가장 멋있다고 느끼게 된다.

성욕을 표현하는 <누다 베리타스> 같은 작품이 내 정서에 맞다기보다는 그만의 철학과 신념을 세우고 지켜나가는 것이 멋있다고 느낀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정해진 형식이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어려워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것 같다.

 

 

 

총평

별점: ⭐⭐⭐⭐

독서 스터디를 시작하면서 두 번째로 읽은 책이다. 항상 소설만 읽고 비문학은 도중에 포기하는 일이 많았는데 완독 해서 굉장히 뿌듯하다. 비문학 초보에다가 미술에 문외한인 내가 술술 읽을 수 있을 만큼 정말 쉽게 쓰인 책이었다.

예술가들의 삶과 그림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미술을 입문하기 위해 책을 찾는다면 추천해주고 싶다!

막연하게 느껴졌던 인상주의, 추상주의 같은 것들도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알게 됐고, 또 미술의 흐름이 어떻게 바뀌어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작가의 주관적인 견해를 읽을 때는 공감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내가 책을 읽기 전에 기대했던

미술 작품에 대해 쉽게 설명해줌 + 주관적인 해석/견해 가 모두 들어있어서 구성적으로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도 재밌을 것 같고 방구석 미술관 2도 꼭 읽어보고 싶다.

 

책을 읽고 나서도 내가 별 감흥이 없으면 어떡하지? 살짝 걱정을 하면서 읽었는데, 계속 읽을수록 흥미를 느끼는 부분이나 내 취향을 알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느껴졌다.

고1 이후로 독후감을 정말 오랜만에 써보는데 독후감에 적어야지 했던 내용들이 생각보다 기억이 안 나서 책을 다시 보면서 작성했다 ㅎㅎ 다음에는 기억나는 내용이 있으면 바로바로 적어놔야겠다.

책 리뷰를 쓰다 보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해졌다

심심할 때 다른 블로그들도 읽어봐야지!! 끝~~~